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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오르는 산

우연히 가본 설산... 태기산 산행

처음에는 태기산에 가는 줄도 몰랐다.


그저 친구의 강권에 가급적 조금이라도 위험한 산행은 피해왔었기 때문에 설산산행은 가급적 피했었다. 아직 내 체력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지도 몰랐고,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만만한 산이란 건 없으며, 거기다가 일기까지 평소와 다르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급히 검색을 해보았다. 태기산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군에 쫓겨서 태기산성을 쌓고 신라군과 대치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전설만 있는 곳이 아니라 나름 설산 산행과 오프로드, 오토캠핑 등으로 상당히 알려진 곳이었다.


물론 남한산성에 눈 오는 날 안 가본 건 아니지만 일단 남한 산성은 코스에 대해서 워낙 익숙한데다 출발할 때 눈이 안 오다가 중간에 펑펑 내린 경우 들이라 애초부터 설산행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설산행이 갑자기 정해졌는데 평소 솔직히 아이젠도 없었고, 스패츠도 없었다. 급하게 구하러 나가보니 겨우 마지막 하나 남은 아이젠 하나 밖에 구하지 못했다.스패트는 패스.. 내년에나 살 듯 하다. 


방한제품이라고 해봐야 친구에게 선물 받은 모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동행이 많은 행사 사실 어떤 대형 병원의 산악회 행사였다. – 라서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차라리 따뜻한 물을 충분히 가져가고 평소 가지고 다니던 수건을 넉넉히 준비 했다. 땀 잘 닦고, 목을 감싸주면 충분 할 것으로 생각 했다. 충분한 칼로리를 제공할 간식을 준비 했다. 열심히 움직이고 열을 내는 게 최고의 방한이 아닐까?


가기 전에 들었던 설명으로는 10km정도의 코스로 예상했으나 실제 산행에서는 그것보다 꽤 많이 걸었다. 길잡이가 길을 잃어서다. 지나보니 총 14km. 눈길 4km는 ㅎㅎㅎ.. 


등산/하이킹
2017. 1. 21. 10:37 AM
소요 시간 5h 8m 49s , 거리 14.4 km
도로에 차들이 꽤 다녀서 주의 필요
-작성자 black207, 출처 램블러
태기산 풍력발전소길
트립의 상세 내용을 보려면 http://rblr.co/OFLr 를 클릭하세요.



서울에서는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아침에 6시에 출발해서 성남에서 광주쪽으로 새로운 길이 있었다. 덕분에 횡성 휴게소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횡성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둔내 IC에서 빠져서 좁은 길로 잠시 가니 버스가 정차 했다. 도착한 장소는 올레KT 태기산 중계소 앞이었다. 거기 경찰 전적비도 서있는 곳이다. 이 전적비는 강원도 경찰에서 중요 행사 때 마다 한번씩 참배 하는 곳으로 625전에 무장공비와 격전을 벌였던 장소라 한다.


본격적인 산행은 태기산 전적비를 뒤로 하고 풍력 발전소 방향으로 올라 갔다.


태기산 산행 스타트태기산 산행 스타트


지나는 길에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보였고 태기산 가기 전에 들었던 풍력 발전기의 웅웅거리는 소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재미 있는 것은 풍력 발전기 주변이 평지로 조성되어 있고 눈이 쌓여 있다보니 겨울 캠핑 객들이 다수 보였다는 점이다. 내가 캠핑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만 날 맑은 봄철에는 정말 올만한 곳일 것 같다. 단 풍력 발전기가 서 있는 곳이니 만큼 바람 소리와 풍력발전기의 소음은 각오 해야 한다.


태기산 풍력 발전기풍력발전기 돌아 가는 소리가 웅장하다.


같이 갔던 일행중에 아이가 눈썰매를 가져와서 신나게 타고 내리는 모습... 오토캠핑 온사람들도 눈썰매를 즐겼다. 


태기산 눈썰매일행중 따라온 아이의 웃음소리가.


눈이 많이 온데다 다니는 차들이 좀 있어서 길은 꽤 얼어 있었다. 하지만 길 자체는 무난한 코스 였다. 



풍력 발전기를 따라 가면서 한 고개 넘어 가면 본격적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 부터는 약간 길도 험하긴 하고 눈길이라 조금 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리 험한 산은 아닌 것 같았다.


눈길을 둘러 정상에 가니 태기산 산 위에 통신 중계 기지가 있었다. 군용 시설이 실제 정상에 있다 보니 태기산 정상석은 그 자리를 내어 주어야 했던 것 같다.


태기산 정상 안내판정상 부근에 주차장인 듯 하다.


눈꽃이 너무 아름다웠다. 


태기산 정상 부근 교통 표지판이 있다는 것은 차들이 다닌다는 것. 다음기회에는 차로 한번..


흑백 사진 같지만 사실 컬러 사진인데... 세상이 모두 흑백으로 변해 버렸다. 


태기산 눈꽃컬러로 찍어도 흑백으로 변한다.



눈바람이 심해서 솔직히 여기서부터는 방향 감각이 떨어졌다. 일행은 산길을 따라 내려 왔고 원래 가기로 했던 신대계곡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놓치고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임도로 접어 들었다.


이때 길잡이가 길에 대해 확신이 없어 우왕좌왕할 때 다운받아 갔던 지도가 한몫을 했다. 결국 일행은 그냥 임도로 따라 내려가길 선택 했고 출발했던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의 도로로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 가는 길에 곳곳에 잘려진 나누들이 쌓여 있었다. 



임도를 걸어오는 중에 상당수의 4WD차량들이 주차를 하고 쉬는 것을 보았다. 확실히 Off road 하시는 분들 사이엔 상당히 알려진 길 같았다.


태기산 임도4륜구동 차들이 지나간 자리가 눈에 띈다.


태기산 설산행은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다만 다녀와 보니 절대 산에서 까불면 안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잘 닦여진 임도와 길이 있어도 눈이 오니 사방 분간도 어렵고 지도를 다운로드 받아가지 않았다면 정말 헤맬 뻔 했던 산행이다. 특히 산중에 날이 춥다보니 여기저기서 핸드폰 베터리가 빨리 소모 된다고들 하시던데 리튬이온 전지는 날이 추우면 매우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 했다. 아울러 약전계(기지국 신호가 약한 지역)에 들어가면 핸드폰이 전파를 더 세게 발신하면서 베터리를 더 소모한다는 것도 모르시는 듯


어쨌든 설산행은 항상 준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태기산 눈쌓인 임도태기산 눈쌓인 임도, 끝나간다.


드디어 임도가 거의 끝나 간다.


태기산 임도 입구 근처임도 끝까지 한 500미터 남았을 때. 일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임도 끝에 멀리 올라갔던 길이 바라 보이면서 제대로된 눈길 산행의 첫경험이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