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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오르는 산

내가 산에 가는 이유...


정말 산행은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몸무게가 100kg을 살짝 넘기는 나로서는 솔직히 산행을 생각 해 본적이 없다. 운동은 주로 출퇴근에 자전거를 타는게 주였다. 친구의 강권에 밀려 시작한 산행... 어쩌다 보니 점차 정기적이 되기 시작했고 안정되는 혈압과 혈당에 만족하면서 산행을 지속하게 되었다. 


누구나 어떤 운동을 시작할 때 마다 하는 소리지만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고통이 몰려왔다. 가만히 서서 쉴때도 뛰는 심장의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 왔다. 온몸에 땀은 비오듯이 쏟아지고 머리카락 사이로 굴러 내리는 땀방울이 모근을 계단 내려 가듯이 하나둘 건드리며 이마를 지나갈 때면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눈은 짜디짠 땀방울로 쓰렸고 그때마다 길에 멈춰서 연신 땀을 닦아도 이내 머리는 샤워 한 듯이 젖어 들었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나를 끌고 산으로 향한 친구의 카톡은 공포감이 돌았지만 이내 아침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또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생긴 일종의 도피였다. 주머니 사정도 팍팍해 진 상태에서 아들 녀석과 놀아 주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와이프의 잔소리와 내가 해야 하는 변명의 가짓수를 아끼는 방법이기도 했다. 돈 없을 때는 건강이 최고라며 와이프도 좋아 했다. 


처음에는 북한산 둘레길로 부터 시작했다.


북한산 둘레길 사기막골 입구북한산 둘레길 사기막골 입구


지금 생각 하면 산보 수준의 길이지만 처음에는 그 길도 그랬다. 봄철에 시작한 산행은 여름이 다가오자 조금씩 그 고도를 높여 갔고 청계산, 남한산성, 대모산, 북악산, 북한산, 예봉산, 검단산, 도봉산, 아차/용마산 등 지하철로 갈수 있는 서울의 산들을 하나씩 순례하게 되고 나니 어느새 친구들이 하나씩 선물해준 장비, 구입한 장비등이 조금씩 늘어 갔다. 


어느 순간 부터인지 주말에는 어디 갈까를 먼저 고민하고 있었고 올 초에는 설산도 경험 하게 되었다. 


산행을 이만큼 하기 까지 동행자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에 산행속도는 지금 생각 하면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었다. 뭐 지금이라도 그리 빠르지는 않다. 산좀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아울러 처음 시작 할때는 내가봐도 걷는 속도는 끔찍한 수준이다. 하지만 나를 산으로 이끈 친구는 처음에는 항상 나를 기다려 주었다. 물론 지금은 분기점에 가서 기다리는 수준까지는 되었지만 그리 쫒아가는데 힘들지는 않았다. 덕분에 그 동안 혼자 씩씩거리면서 러닝머신 타는 듯한 산행이 아닌 같이 다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비봉코스 나의 동행들...


처음 시작하는 산도 중요한 듯 하다. 


처음에는 청계산을 자주 갔었다. 물론 같이 가는 친구에게는 그리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청계산이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치고 올라 가는 길과 완만한 평지를 반복 하면서 조금 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걸음걸이와 거리는 꽤 되었지만 그래서 오르면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기에 산행이 지루한 땀빼기가 되지는 않았다. 

둘레길들도 그런면에서는 아주 좋은 코스 였다. 하지만 둘레길 보다는 정상주의 유혹이 있는 봉우리가 쾌감도 더했다... 


정상주... 따뜻한 커피, 그 끝없는 유혹... 


정상주의 유혹은 나를 산으로 이끈 요소중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아.. 물론 추운 겨울 올라가 마시는 커피 한잔도 그 맛은 어떤 바리스타의 커피 보다도 만들 수 없는 맛이다. 

아.. 물론 정상주의 과도한 음주는 금물... 내려 오다가 위험하다. 정상주는 몸을 데우고, 칼로리를 보급하는 용도로만 생각 한다. 그 이상은 절대 금물.... 얼린 탁주를 수건에 싸서 올라가면 딱 먹기 좋게 녹아 있을 때 한잔... 멸치 몇 마리에 고추장... 세상의 어떤 명주도 그 맛을 이기지는 못한다. 


산에 가는 또하나의 이유... 파노라마 사진


산에 가면서 한동안 묵혀 두었던 취미 생활 하나가 부활하였다. 근교의 산들을 두번 정도씩 오르기 시작하면서 계절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절경이 그냥 두기에는 너무 아까워 지기 시작했다. 그때 부터 다시 먼지를 털고 시작한 것이 사진이다. 


파주 감악산 까치봉 정상


물론 사진이라는거... 스마트폰만 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장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 폰 보다 나은 장비가 있었기에 그 무게를 감수하고 DSLR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장비가 구형이라 그리 성능이 좋은 장비들은 아니지만 사진기의 물리적 성능은 스마트폰의 그 것보다야 비교해서 무엇하겠나 싶다. 

물론 스마트폰을 쓰면 파노라마 사진을 충분히 쉽게 촬영 할 수 있지만 화질은 쉽게 따라올수 없는 한계가 있다. 물론 파노라마를 제대로 만드려면 포토샵의 성능을 빌려야 하지만 그도 자동화 기능이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나둘 찍기 시작하다 보니 이 또한 나름의 장르가 되는 것 같다. 


명성산 능선의 가을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에 걸려있 는 명성산 능선의 삼각봉에서 바라본 전경


하나둘 산행의 추억을 정리하기로... 


추억을 정리 한다는 것...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서 모든 것이 아쉬워 진다. 그냥 지나가는 듯한 날들, 친구들, 내가 한 일들... 산행도 그냥 그랬다라고 두기에는 버리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이번 참에 근 8년 가까지 하지 않던 블로그질을 다시 시작 해 보기로 했다. 이번엔 꾸준히.. 그리고 이걸 채우기 위해 다시 산에 올라 가야 겠다. 


하루에 일기 쓰는 것 처럼 한개 씩... 잘할 수 있을까?